제품을 더 작게 만들어 달라는 요청 - 크기의 하한을 결정하는 것

제품을 더 작게 만들어 달라는 요청 - 크기의 하한을 결정하는 것들

제품 디자인 시안을 검토하는 자리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요청 중 하나가 "조금만 더 작게 안 될까요"입니다. 시장의 경쟁 제품은 더 얇아 보이고, 렌더링 속 제품은 손안에 쏙 들어올 것 같은데, 설계자는 지금 크기가 필요하다고 답합니다. 이 대화가 평행선이 되지 않으려면, 제품의 크기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공유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제품 크기의 하한을 결정하는 것은 외형 디자인이 아니라 내부에 들어가는 것들입니다. 배터리, 기판, 커넥터, 열이 빠져나갈 길, 그리고 조립하는 손과 공구가 들어갈 공간까지. 외형은 이 내부의 총합을 감싸는 껍질이므로, 더 작게 만드는 일은 껍질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내부의 어떤 것을 줄이거나 포기할지 결정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에는 대부분 맞바꾸는 것이 있습니다.

목재 표면 위에 놓인 소형 전자 부품들

제품의 크기는 껍질이 아니라 내부 부품들의 총합에서 출발합니다.

크기의 하한은 무엇이 정하는가

내부 요소들 중에서도 크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배터리입니다. 배터리의 크기는 곧 용량이고, 용량은 곧 사용 시간이므로, "더 작게"는 많은 경우 "더 짧게 쓰는 제품"과 같은 말이 됩니다. 그다음이 기판입니다. 부품을 얼마나 촘촘히 배치할 수 있는지, 기판을 몇 장으로 나눠 쌓을 수 있는지가 기판이 차지하는 부피를 정합니다. 여기에 충전 단자와 버튼 같은 커넥터류는 규격이 정해져 있어 마음대로 줄일 수 없고, 열이 나는 제품이라면 열이 빠져나갈 공간이, 무선 제품이라면 안테나가 성능을 내기 위한 여유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자주 잊히는 마지막 요소가 있습니다. 조립입니다. 부품과 부품 사이에는 조립하는 손가락과 공구가 들어갈 틈, 케이블이 꺾이지 않고 지나갈 길이 있어야 합니다. 도면 위에서는 빈틈없이 채워 넣을 수 있어도, 그 배치로는 조립이 불가능하거나 생산 불량이 쏟아지는 설계가 됩니다. 크기의 하한은 부품의 합이 아니라 "조립 가능한 부품의 합"입니다.

소형화가 맞바꾸는 것들

그럼에도 더 작게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공짜가 아닐 뿐입니다. 소형화 요청을 검토할 때는 아래의 맞바꿈 중 무엇을 받아들일지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 "사용 시간과의 맞바꿈": 배터리를 줄이면 크기는 줄지만 충전 주기가 짧아집니다. 우리 고객이 크기와 사용 시간 중 무엇에 더 민감한지가 판단 기준입니다
  • "비용과의 맞바꿈": 표준 부품 대신 더 작은 특수 부품을 쓰거나 기판을 여러 장으로 쌓으면 크기는 줄지만 부품 단가와 조립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 "기능과의 맞바꿈": 단자를 없애고 무선 충전으로 바꾸거나 버튼 수를 줄이는 선택은 크기를 줄이는 대신 사용 방식 자체를 바꿉니다
  • "성능과의 맞바꿈": 안테나 공간, 방열 공간, 스피커 울림 공간을 줄이면 통신 거리, 안정성, 음질이 함께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검은 배경 위에 놓인 정밀 측정 도구들

소형화는 치수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입니다.

작을수록 좋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

모든 제품이 작을수록 좋은 것도 아닙니다. 손에 쥐고 조작하는 제품은 손이 편안하게 감싸는 크기와 버튼을 헷갈리지 않고 누를 수 있는 간격이 필요하고, 몸에 착용하는 제품은 작아지는 것 못지않게 무게 중심과 착용감이 중요합니다. 책상이나 벽에 놓이는 제품은 지나치게 작으면 오히려 존재감과 신뢰감을 잃기도 합니다. "작게"라는 요청의 진짜 의도가 휴대성인지, 세련된 인상인지, 설치 공간의 제약인지를 먼저 확인하면, 크기를 줄이지 않고도 그 의도를 채우는 설계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상이 목적이라면 비례와 모서리 처리로, 휴대성이 목적이라면 크기보다 두께와 무게로 답할 수 있습니다.

️ 실무 팁: 크기 논의는 내부 배치도를 놓고 하십시오

"더 작게"라는 논의를 렌더링 이미지 위에서 하면 감각의 대화가 되지만, 내부 부품 배치도를 놓고 하면 결정의 대화가 됩니다. 배치도 위에서 무엇이 공간을 차지하는지 확인하고, 줄일 후보마다 무엇과 맞바꾸는지를 표시해 보시기 바랍니다. 설계 초기 단계라면 내부 배치를 실물 크기로 출력해 손에 쥐어보는 것만으로도, 도면으로는 보이지 않던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재 표면 위에 놓인 디지털 캘리퍼스

좋은 크기는 가장 작은 크기가 아니라 제품의 목적에 맞는 크기입니다.

제언: 크기는 결과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제품의 크기는 사용 시간, 기능, 비용, 조립성이라는 결정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결과입니다. 그래서 좋은 소형화는 치수를 목표로 잡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제품에서 무엇이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인지를 먼저 정하고 크기가 그 결정을 따라오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지금 검토 중인 디자인이 크게 느껴지신다면, 줄이라고 요청하기 전에 내부에 무엇이 들어 있고 각각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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