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양산, 몇 대를 발주해야 할까 - 단가의 유혹과 재고의 무게 사이에서

첫 양산, 몇 대를 발주해야 할까 - 단가의 유혹과 재고의 무게 사이에서

파일럿 생산까지 마치고 본 양산을 앞둔 창업자에게 마지막으로 남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 대를 발주할 것인가." 그리고 이 단순한 질문 앞에서 많은 분들이 견적서의 한 줄에 흔들립니다. 수량을 두 배로 올리면 대당 단가가 뚝 떨어진다는 그 줄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첫 양산 수량은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는 수량"이 아니라 "팔리지 않아도 감당할 수 있는 수량"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단가는 수량을 늘리면 내려가지만, 내려간 단가의 이익은 그 수량이 다 팔렸을 때만 실현됩니다. 팔리지 않은 재고는 창고에서 비용이 되고, 자금을 묶고, 다음 결정의 발을 잡습니다. 시제품을 몇 대 만들지의 기준이 검증의 목적이었다면, 양산 수량의 기준은 수요의 증거와 위험의 감당 능력입니다.

창고에 쌓여 있는 상자 더미

내려간 단가의 이익은 그 수량이 다 팔렸을 때만 실현됩니다. 팔리기 전까지는 재고일 뿐입니다.

단가 곡선이 만드는 착시

양산 견적서의 수량별 단가표는 언제나 같은 모양입니다. 수량이 커질수록 단가가 내려가는 계단. 금형비와 준비 비용이 수량에 나눠지고, 부품의 구매 단위가 커지며, 생산 라인의 효율이 올라가니 자연스러운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표가 보여주지 않는 다른 쪽 곡선입니다. 수량이 커질수록 함께 커지는 것들, 즉 묶이는 자금의 크기, 창고 보관의 기간과 비용, 그리고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현실이 되었을 때의 손실입니다.

여기에 하드웨어 특유의 한 가지가 더해집니다. 첫 양산분은 대개 "가장 많이 배우는 생산분"이라는 점입니다. 필드 테스트와 파일럿이 걸러주지 못한 개선점이 첫 양산분의 판매와 함께 반드시 발견되고, 그 개선이 반영된 다음 생산분이 더 좋은 제품이 됩니다. 첫 발주를 크게 가져가면 그 배움이 반영될 기회가 그만큼 늦어지고, 개선 전의 제품을 오래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첫 수량을 줄이는 것은 소극적인 선택이 아니라, 배움의 주기를 빠르게 돌리는 적극적인 선택이기도 합니다.

수량을 정하는 세 개의 기준점

  • "수요의 증거": 펀딩의 후원 수, 사전 예약과 알림 신청, 거래처의 발주 의향서처럼 숫자로 잡히는 수요가 첫 번째 기준점입니다. 증거가 있는 수요에 몇 달치의 예상 판매를 더한 수준이 출발선이 되고, 증거 없이 "이 정도는 팔리겠지"로 더해지는 수량이 위험의 본체입니다
  • "감당 가능한 최악": 이 수량이 절반만 팔렸을 때 자금이 버티는지, 창고비와 보관 기간을 견디는지를 계산해 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회사가 멈추지 않는 수량이 상한선입니다
  • "공급의 최소 단위": 금형과 생산 라인, 부품 구매에는 각각 최소 주문 수량이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수량과 공급망이 허용하는 최소 수량 사이의 간격이 크다면, 그 간격 자체가 협상과 설계의 대상입니다
창고 선반에 정리되어 있는 상자들

수요의 증거, 감당 가능한 최악, 공급의 최소 단위가 만나는 지점이 첫 발주 수량입니다.

최소 주문 수량의 벽을 다루는 법

계산해 보니 감당 가능한 수량은 수백 대인데 공장의 최소 주문은 수천 대라는 벽은 첫 양산에서 흔히 만나는 장면입니다. 이때 쓸 수 있는 수단들이 있습니다. 먼저 벽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최소 수량의 근거가 금형인지, 부품의 구매 단위인지, 라인 가동의 효율인지에 따라 풀리는 방식이 다릅니다. 금형이 원인이라면 간이 금형이라는 중간 단계가 있고, 부품이 원인이라면 부품만 최소 단위로 사서 보관하고 조립은 나눠서 하는 분할이 가능하며, 라인 효율이 원인이라면 준비 비용을 더 내고 수량을 줄이는 협상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총 수량의 합의와 생산의 분할을 나누는 방법이 있습니다. 연간 수량을 약속하되 생산과 납품은 몇 차례로 나누는 구조로 하면, 공장은 수량의 예측 가능성을 얻고 우리는 재고와 자금의 부담을 나눌 수 있으며, 차수 사이에 개선을 반영할 틈도 생깁니다. 부품 단종을 다룰 때 말씀드린 수급의 관점처럼, 생산 일정도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흐름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 실무 팁: 수량 회의에는 단가표 옆에 "소진 계획표"를 두십시오

발주 수량을 정하는 자리에 단가표만 놓여 있으면 논의는 "얼마나 싸게"로 흐릅니다. 그 옆에 한 장을 더 두시기 바랍니다. 이 수량이 어떤 채널에서 몇 달에 걸쳐 소진되는지의 계획표입니다. 채널별 월 판매 예상과 그 근거를 적다 보면, 근거가 있는 칸과 희망으로 채워진 칸이 구분되고, 희망의 칸이 많을수록 수량을 줄일 신호입니다. 단가표는 만드는 쪽의 논리이고, 소진 계획표는 파는 쪽의 논리이며, 발주 수량은 두 논리가 만나는 자리에서 정해져야 합니다.

판단 기준은 한 문장입니다

"이 수량이 반년 뒤에도 창고에 남아 있다면, 우리는 다음 걸음을 걸을 수 있는가." 걸을 수 있다면 그 수량은 안전한 수량이고, 그 그림만으로 아찔하다면 단가가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줄일 때입니다. 첫 양산의 목표는 가장 싼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 양산으로 살아서 도착하는 것입니다.

제품을 포장 상자에 담는 손길

첫 양산의 목표는 가장 싼 단가가 아니라 두 번째 양산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입니다.

제언: 수량은 생산의 결정이 아니라 사업의 결정입니다

첫 양산 수량은 견적서 위의 숫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자금 흐름과 개선 주기와 생존 확률을 함께 정하는 사업의 결정입니다. 수요의 증거에서 출발해, 최악을 감당할 수 있는 상한을 긋고, 공급의 최소 단위와는 분할과 협상으로 간격을 좁히는 순서를 밟으면, 숫자는 흔들림 없이 정해집니다. 양산을 앞두고 계시다면, 단가표를 보기 전에 소진 계획표부터 그려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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