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제품의 1세대는 규칙으로 시작해도 됩니다 - 학습 기능으로 가는 단계적 설계
AI 기능이 들어간 제품을 구상하시는 창업자분들의 기획서에는 공통된 전제가 하나 깔려 있습니다. "1세대부터 AI가 들어가야 한다"는 전제입니다. 그래서 학습 데이터도 모델도 없는 상태에서 개발 견적부터 커지고, 일정은 늘어지며, 정작 제품이 풀어야 할 문제는 그 뒤에서 기다립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은 스마트 제품들의 이력을 들춰보면 의외의 공통점이 보입니다. 상당수가 1세대에는 AI 없이, 잘 설계된 "규칙"으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AI 제품의 1세대 목표는 똑똑한 판단이 아니라 "문제를 풀면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어야 하고, 그 목표에는 조건문과 문턱값으로 이루어진 규칙 기반 설계가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AI 도입의 첫 질문이 "이 문제를 정말 AI로 풀어야 하는가"라는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는데, 이번 글은 그 질문의 답이 "언젠가는 그렇다"일 때의 경로, 즉 규칙으로 시작해 학습으로 건너가는 단계적 설계를 다룹니다.
사용자가 체감하는 똑똑함의 상당 부분은 학습이 아니라 잘 설계된 규칙에서 나옵니다.
규칙이 생각보다 멀리 갑니다
"어두워지고 사람이 감지되면 켠다", "평소 범위를 벗어난 값이 일정 시간 이어지면 알린다", "이 조합의 조건이 겹치면 경고한다". 이런 규칙들은 AI라 불리지 않지만, 사용자가 체감하는 "알아서 해주는" 경험의 상당 부분을 만들어냅니다. 규칙 기반의 강점은 셋입니다. 동작이 예측 가능해 사용자의 신뢰를 얻기 쉽고, 왜 그렇게 동작했는지 설명할 수 있으며, 학습 데이터 없이 도메인 지식만으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AI의 오답 처리 설계가 신뢰를 결정한다는 이야기를 드렸는데, 규칙은 그 자체로 오답의 범위가 좁고 추적 가능한 구조입니다.
물론 규칙의 한계도 분명합니다. 조건이 늘어날수록 규칙은 서로 얽히고, 사람마다 환경마다 다른 "평소"를 고정된 문턱값 하나로 담아내지 못하는 지점이 옵니다. 중요한 것은 그 한계가 "출시 전의 상상"이 아니라 "출시 후의 데이터"로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느 규칙이 어떤 상황에서 틀리는지의 기록이 쌓인 뒤에야, 학습이 풀어야 할 문제가 구체적으로 정의되기 때문입니다.
1세대의 숨은 임무: 2세대의 재료를 모으는 것
학습 데이터를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의 글에서, 가장 좋은 데이터는 우리 제품이 실제 사용 환경에서 만든 데이터라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규칙 기반 1세대의 전략적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세대는 규칙으로 문제를 풀어 매출과 사용자를 얻는 동시에, 그 사용의 현장에서 2세대 학습의 재료를 모으는 수집선 역할을 합니다. 경쟁사가 데이터 없이 모델 개발부터 시작하는 동안, 우리는 팔리는 제품이 데이터를 벌어다 주는 구조를 갖는 것입니다.
다만 이 수집은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1세대 설계 시점에 준비되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어떤 신호를 어떤 주기로 기록할지의 정의, 그 기록이 쌓일 저장 공간과 올라갈 통신 경로, 그리고 사용자에게 수집의 목적을 알리고 동의받는 절차까지입니다. 센서는 규칙에 필요한 것보다 한 뼘 넉넉하게 싣는 판단도 이 시점의 몫입니다. 규칙은 온도 하나로 충분해도, 2세대의 학습이 습도와 진동을 원하게 될지는 지금 정해야 기판에 반영됩니다. 데이터가 어디까지 가는지가 신뢰를 결정한다는 원칙과, 모델과 데이터의 소유권을 계약에 적어야 한다는 원칙도 이 수집 설계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1세대는 문제를 풀면서 2세대의 재료를 모으는 수집선이기도 합니다.
건너갈 때와 건너가지 않을 때
- "건너갈 신호": 규칙의 예외 처리가 계속 늘어나며 서로 충돌하기 시작할 때, 사용자·환경별 편차가 고정 문턱값으로 감당되지 않을 때, 그리고 그 실패의 기록과 학습 재료가 충분히 쌓였을 때가 학습으로 건너갈 때입니다
- "머물러도 되는 신호": 규칙이 문제를 충분히 풀고 있고 사용자 불만의 중심이 판단의 품질이 아니라면, AI로의 전환은 비용만 더하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AI 기능이 있는 제품과 AI 중심 제품은 다르다는 구분이 여기서 다시 쓸모를 갖습니다
- "섞는 선택지": 전부 바꾸지 않고, 규칙이 약한 한 지점만 작은 모델로 바꾸는 부분 전환이 현실적인 2세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과 직결된 판단은 규칙으로 남기고 애매한 구간의 분류만 학습에 맡기는 식의 분업은, 피지컬 AI에서 다룬 "판단과 행동 사이의 층"과 같은 안전 철학이기도 합니다
- "교체 가능한 구조": 1세대 펌웨어에서 판단 로직을 한 곳에 모아 두면, 2세대에서 그 자리만 모델로 바꿔 끼울 수 있습니다. 부품 교체를 대비해 코드에 완충 계층을 두라는 이야기가, 판단 로직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입니다
️ 실무 팁: 규칙이 틀린 순간을 기록하는 한 줄을 넣으십시오
1세대 펌웨어에 넣을 가장 값진 한 가지는, 규칙의 판단을 사용자가 뒤집은 순간의 기록입니다. 제품이 켰는데 사용자가 바로 끄거나, 알림을 보냈는데 무시되거나, 자동 동작을 수동으로 되돌린 사건들은 "규칙이 현실과 어긋난 지점"의 목록이며, 그 자체가 2세대 학습의 정답지가 됩니다. 개인화 설계에서 사용자의 되돌림을 가장 강한 신호로 다루라고 말씀드렸는데, 규칙 기반 1세대에서는 그 되돌림이 다음 세대를 가르치는 교재가 됩니다.
판단 기준은 한 문장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없는 것이 모델인가, 데이터인가." 없는 것이 데이터라면 1세대의 정답은 거의 언제나 규칙이며, 규칙으로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AI로 가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AI는 제품의 출발 조건이 아니라 제품이 벌어오는 다음 단계일 수 있습니다.
오래 가는 스마트 제품의 이력서에는 규칙으로 출발한 1세대가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언: 기획서의 "AI"를 세대 계획으로 바꿔 적으십시오
기획서에 "AI 기반"이라고 적는 대신 세 줄의 세대 계획을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1세대는 어떤 규칙으로 문제를 풀고 어떤 데이터를 모으는지, 어떤 신호가 보이면 2세대로 건너가는지, 2세대에서는 어느 판단을 학습으로 바꾸는지. 이 세 줄은 개발 견적을 현실로 끌어내리고, 투자자와 평가위원에게는 기술의 로드맵이 있는 팀이라는 인상을 만들며, 무엇보다 제품이 첫해를 살아남을 확률을 높여줍니다.
우리 제품의 규칙 설계와 데이터 수집 구조, 전환 로드맵까지 함께 그리고 싶으시다면,
단계적 AI 도입 설계 상담
을 통해 1세대의 출발선부터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