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능 외주 개발, 모델과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 계약 전에 정해야 할 소유와 권한
"회로도와 거버파일도 다 주시는 거죠?"라는 질문이 하드웨어 외주에서 견적을 바꾸는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AI 기능이 들어간 제품의 외주에서는 이 질문이 한층 복잡해집니다. 개발이 끝났을 때 우리 손에 무엇이 남아야 하는지가 하드웨어보다 훨씬 여러 갈래이고, 그중 어떤 것은 형태가 없어서 챙기지 않으면 있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AI 기능의 외주 개발에서는 "학습 데이터, 학습 과정, 학습된 모델, 그리고 모델을 다시 학습시킬 권한"이 각각 별개의 자산이며, 이 네 가지의 소유와 사용 범위를 계약 전에 따로따로 정해야 합니다. 이 정리 없이 개발이 끝나면, 제품은 우리 것인데 그 제품의 두뇌는 남의 것이거나, 두뇌는 받았는데 더 똑똑하게 키울 방법은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칩 안에 담긴 모델은 형태가 없지만, 제품의 가치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자산입니다.
요리법 하나가 아니라 네 가지 자산입니다
하드웨어 설계 파일을 요리법에 비유했다면, AI 기능의 자산은 요리법에 재료와 요리사의 숙련까지 더한 것에 가깝습니다. 첫째는 "학습 데이터"입니다. 모델을 가르치는 데 쓰인 소리, 영상, 측정값들로, 우리가 제공한 것도 있고 개발사가 모으거나 만든 것도 있습니다. 둘째는 "학습 과정"입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다듬고 어떤 방법으로 학습시켰는지의 코드와 설정으로, 이것이 있어야 같은 결과를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셋째는 "학습된 모델"입니다. 학습의 결과물로서 실제 제품 안에서 판단을 내리는 파일이며, 제품에 담겨 출고되는 것이 이것입니다. 넷째는 앞의 세 가지를 묶는 "다시 학습시킬 권한과 능력"입니다. 출시 후 필드에서 모은 데이터로 모델을 개선하려면 데이터와 학습 과정과 모델을 모두 손에 쥐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우리가 혹은 다른 파트너가 실행할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모델 업데이트를 운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는데, 그 운영의 전제가 바로 이 네 번째 자산입니다.
자산마다 답이 달라지는 질문들
- "학습 데이터": 우리가 제공한 데이터는 우리 것이 분명하지만, 개발사가 수집하거나 가공해 만든 데이터는 누구 것인지, 개발사가 다른 프로젝트에 재사용할 수 있는지를 정해야 합니다. 사용자의 데이터가 포함된다면 그 사용 권한이 우리에게 있는지부터 확인이 필요합니다
- "학습 과정": 학습 코드와 설정을 인수할지, 인수하지 않고 개발사가 보관하되 우리가 요청하면 재학습을 수행할 의무를 갖는지를 정합니다. 전자는 자유가 크고, 후자는 관계에 묶입니다
- "학습된 모델": 제품에 담긴 모델의 소유권이 우리에게 양도되는지, 아니면 우리 제품에서만 쓸 수 있는 사용 허락인지를 구분합니다. 사용 허락이라면 그 범위가 판매 수량, 기간, 제품 종류로 제한되는지가 뒤따르는 질문입니다
- "재학습 권한": 개발사가 아닌 제삼자가 모델을 개선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개발사와의 관계가 끝난 뒤에도 우리가 모델을 키워갈 수 있는지를 명시합니다
개발 보드 위에서 돌아가던 모델이 우리 것이 되려면 데이터와 학습 과정까지 함께 넘어와야 합니다.
남의 기반 위에 세운 모델의 한계도 알아야 합니다
요즘의 AI 기능 개발은 처음부터 모델을 만드는 대신, 이미 공개된 기반 모델이나 외부 서비스 위에 우리 데이터를 얹어 다듬는 방식이 흔합니다. 개발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여주는 좋은 방법이지만, 소유권의 관점에서는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기반 모델에는 그 모델의 사용 조건이 붙어 있어서, 상업적 사용의 허용 범위나 재배포 조건이 우리 제품의 판매 방식과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외부 서비스에 기대는 구조라면 모델이 우리 손에 없다는 뜻이며, 팔린 뒤에 시작되는 비용과 함께 서비스 정책 변경의 위험도 함께 짊어지게 됩니다.
이것은 기반 모델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떤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알고, 그 기반의 조건이 우리 사업과 맞는지를 개발 착수 전에 확인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개발사에 "이 모델의 뿌리는 무엇이고, 그 사용 조건은 어떠한가"를 묻는 것이 그 확인의 시작입니다.
️ 실무 팁: 산출물 목록에 "다시 만들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항목을 추가하십시오
외주 계약서의 산출물 목록을 작성하실 때, AI 기능에 대해서는 이 질문을 기준으로 항목을 채워 보시기 바랍니다. "개발사가 내일 사라진다면, 우리는 이 목록만으로 같은 모델을 다시 만들고 더 개선할 수 있는가." 학습 데이터의 원본과 정리본, 학습 코드와 설정, 학습된 모델 파일, 평가에 쓴 데이터와 결과가 목록에 있고 각각의 소유 또는 사용 범위가 적혀 있다면 답은 "예"가 됩니다. 계약서 한 장이 정산을 결정한다는 이야기가 정부과제에서 그랬듯, AI 개발에서는 산출물 목록 한 장이 제품의 두뇌를 누가 갖는지를 결정합니다.
판단 기준은 한 문장입니다
"개발이 끝난 뒤, 우리 제품의 AI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결정을 우리가 스스로 내릴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는 계약이라면 모델은 우리 자산이고, "개발사에 물어봐야 한다"가 답이라면 그 관계의 조건을 다시 볼 때입니다. AI 기능은 출시 시점의 성능이 끝이 아니라 출시 후에 자라나는 기능이므로, 자라게 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곧 제품의 미래를 누가 쥐고 있는지입니다.
기판은 눈에 보이지만, 그 위에서 돌아가는 모델의 권리는 계약서에만 보입니다.
제언: 보이지 않는 자산일수록 먼저 문서로 잡으십시오
AI 기능의 가치는 제품의 어느 부품보다 크지만, 그 형태는 어느 부품보다 잡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데이터, 학습 과정, 모델, 재학습 권한이라는 네 가지 자산을 계약 전에 문서로 정리하는 일이 개발 자체만큼 중요합니다. 이 정리가 되어 있으면 개발사와의 관계는 더 건강해지고, 제품은 출시 후에도 우리 손에서 자라날 수 있습니다.
모델과 데이터의 소유 구조까지 함께 설계하는 AI 제품 개발을 원하신다면,
AI 자산 소유권까지 설계하는 개발
을 통해 산출물 정의부터 재학습 구조까지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